2016년 3월에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사람들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곧 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데이터를 주면 알고리즘이 스스로 데이터를 분류하고 학습해서 진단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의료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질병을 인공지능에 적용할 수 있게 질환을 재분류해야 하고, 재분류한 기준에 따른 재현성이 높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알고리즘을 트레이닝 시켜야 성능이 뛰어난 솔루션이 탄생합니다. 그리고, 특정 질병을 잘 진단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매우 드문 질환을 모두 진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데이터의 한계와 경제성 문제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상용화를 목표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연구진들은 변수(variable)가 적으면서도 임상에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FDA는 X-ray, CT, MRI, 안저검사, PET 스캔 이미지에 대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사용을 허가했고, 국내에서도 여러 신생 벤처기업들이 흉부 X-ray나 CT, 골연령 판독 등에 대한 식약처 허가를 획득하여 이미 여러 병원에서 사용 중입니다.
●병리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병리 분야에서는 유방암, 전립선암, 피부암 등에 대한 딥러닝 연구 성과가 JAMA, Lancet, Nature 등의 유명한 학술지에 다수 발표되었지만, 현재 임상 분야의 병리과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알고리즘은 많지 않습니다. 병리 분야가 영상의학보다 상용화 속도가 늦은 것은 병리 슬라이드가 아직까지는 대부분 아날로그 이미지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병리에 인공지능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고가의 슬라이드 스캐너와 뷰어, 엄청난 용량의 저장 장치가 필요한데, 이런 장비를 구입하는데 드는 현실적인 비용 문제가 병리 진단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상용화 시키는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위암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위암 선별 검사(screening)가 대규모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위암은 현미경 소견이 다양하고, 매우 적은 수의 암세포만 생검되는 경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의 과중화로 인한 병리전문의의 집중력 저하 등에 의한 오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Fig.1. 위암의 디지털 병리 슬라이드 이미지
Fig.2. 위암의 디지털 병리 슬라이드를 알고리즘이 분석한 이미지(Red: 위암, Green: 정상)
●위 조직검사 진단 알고리즘
자동차를 운전할 때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듯이, 성능이 뛰어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진단에 보조적으로 사용한다면 병리전문의의 오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2017년에 GC녹십자의료재단과 주식회사 뷰노는 [위 조직검사 진단 알고리즘] 개발을 시작하였고, 현재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딥러닝 알고리즘을 완성하였습니다.
알고리즘은 위선종이나 위선암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MALT 림프종도 탐지할 수 있는 솔루션이며, 현재 정확도는 약 98%에 이릅니다. 연구 결과, 병리전문의가 알고리즘을 사용할 경우, 현미경으로만 진단한 병리전문의보다 훨씬 더 정확하였고, 진단에 소요되는 시간은 50% 가량 감소하였습니다.
진단용 스캐너를 사용한 디지털 병리 슬라이드 이미지에 적용할 수 있는 [위 조직검사 진단 알고리즘]을 2021년까지 식약처 허가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내년 말 쯤에는 병리 뷰어 전산시스템을 갖춘 전국의 병의원에서는 병리 결과와 함께 인공지능이 해석한 리포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GC녹십자의료재단 병리학부 김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