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브리병, 폼페병 등 70여 종 대사질환 ‘리소좀축적병 선별검사’, 조기 진단 및 치료에 도움
5월 23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 이 날은 지난 2016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시행되면서 희귀질환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예방·치료 및 관리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2017년부터 제정됐다. 희귀질환은 나라마다 그 기준이 상이한데,
국내에서는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정의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희귀난치질환 환자는 약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소좀 내 분해 효소 결핍으로 발생하는 ‘리소좀축적병’
희귀질환은 특성상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환자의 수가 적을뿐, 그 종류는 무려 수천 가지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국내에
밝혀진 환자가 300~400명 밖에 안 될 정도로 드문 희귀질환이 있는데, 바로 리소좀축적병(Lysosomal storage disease,
LSD)이 그것이다.
이 질환은 손상된 세포 잔해나 불필요한 물질들을 제거하는 세포기관인 ‘리소좀’ 안에 있어야 할 분해 효소 중 하나가
결핍되어 나타나는 병으로, 분해되어야 할 독성 물질이 계속 세포에 축적돼 심각한 대사질환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질환이다. 유아기 초반부터 성인기까지 다양한 시기에 발병할 수 있는데, 환자가 워낙 드물어
의심 증상이 나타나도 질환을 쉽게 의심하지 못하고 이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도 많지 않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리소좀축적병은 부족한 효소 종류에 따라 약 70여 종의 대사질환으로 구분되며,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고셔병, 파브리병,
폼페병 등이 있다. 고셔병의 증상과 신체적 특징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빈혈, 혈소판 감소(응고장애), 간 및 비장의
비대 등과 같은 증상이 특징이다. 파브리병은 다른 병보다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편인데, 땀 감소증, 신체 말단의 통증,
혈관각화종 등의 증상을 보인다. 폼페병은 당원이 축적되어 생기는 병으로 근력 저하가 주 증상이며, 호흡부전과
심장근육에 이상이 발생하는 심근 병증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치료법 개발돼 조기 발견이 관건
과거에 리소좀축적병은 불치의 병으로 여겨졌던 질환이지만, 최근에는 부족한 효소를 보충해 주는 효소대체요법의
개발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때문에 질환에 의해 인체 조직에 영구적인 변화가 오기 전에
조기 진단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혈액 한 방울만으로 리소좀축적병 여부를 진단하는 ‘리소좀축적병 선별검사’는 비교적 발생률이 높고 치료법이 있는
리소좀축적병인 △고셔병 △파브리병 △폼페병 △크라베병 △니만픽병 △뮤코다당증 I형 △헌터병에 대한 질환 유무를
선별하여 질환의 조기 진단에 도움을 준다. 특히 신생아의 경우 신생아 대사이상 선별검사와 동일하게 발뒤꿈치에서
혈액을 채취하기 때문에, 한 번에 두 가지 검사를 동시에 시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선별검사는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이 검사에서의 양성 판정이 100% 리소좀
축적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질병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의 진료와 추가 검사가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대표적인 유전자 검사로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기(NGS)를 이용하는 ‘리소좀 축적질환
NGS 유전자 패널 검사’가 있는데, 이 검사는 리소좀축적병을 유발하는 수십여 개 원인 유전자의 엑손 영역을 서열
분석하여 DNA 수준에서 유전적 변이 유무를 확인한다. 수십여 개의 유전자를 한번에 동시다발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진단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아람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희귀질환에 대한 의학적 규명·발견은 갈수록 발전되고 있는 반면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곤 한다”며
“리소좀축적병의 경우 일반인에게 매우 생소한 질환이다 보니 의심조차 해보지 않고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의심
증상이 지속된다면 비교적 간편한 선별검사를 먼저 받아보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